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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소설가 한강의 작품 <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흰 사물들(배내옷, 수의 등)처럼, 시오타 치하루에게 흰색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하게 얽혀 있는영성의 공간을 의미한다. 공간을 빽빽하게 채운 흰 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의 실타래이자, 우리가 영원히 헤엄치고 있는 '기억의 바다'를 시각화한다. 2022. Dresss, wood boat, paper and thread, overall dimensions variable | magazine.brique.co그녀는 "내 몸이 사라진다면 내 의식과 마음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육체라는 물질적 한계가 수명을 다해 소멸(죽음)하더라도, 내면의 의식과 타인과 맺었던 관계의 실타래는 끊어지지 않고 우주적인 차원으로 확장되어 영원히 연결된다고 믿는다. 이처럼 시오타 치하루의 손끝에서 자아내는 붉고, 검고, 하얀 실들은 생명과 죽음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이 둘을 고요하고 아름답게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전시장 바닥에는 마치 인간의 적혈구 세포를 연상시키는 수많은 작은 붉은색 방석(쿠션)들이 흩어져 있었다. 작가는 직접 이 쿠션들 위에 누워 자신의 온몸을 붉은 실로 감싸는 퍼포먼스를 행했다. 전시장 천장에 거대하게 뭉쳐진 실타래 뭉치로부터 바닥의 작가 신체까지 연결된 붉은 실들은 거대한 '탯줄(Umbilical Cord)'과 같은 형상을 띠었다.시오타의 작품 세계에서 죽음은 단순한 종말이나 공포가 아닌, 새로운 생명과 존재로 이어지는 '순환과 전이의 과정'을 의미한다.어린 시절 마주한 외할머니의 무덤, 이웃집의 화재 기억을 비롯해 성인이 된 후 겪은 두 차례의 암 투병과 사산의 아픔 등 작가 개인의 강렬한 트라우마는 죽음에 대한 실존적 사유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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